외전 1. 시아. 시아는 아주 깊은 지하까지 내려온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눈앞에는 긴 복도가 펼쳐져 있고, 그 복도 끝에는 거대한 유리가 보였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시아는 이 복도에 수많은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몇 개월이나 걸렸지만, 드디어 만날 수 있게 되었음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시아는 복도를 걷기 시작한다. 사실 제일 만나고...
청라가 말했다. "누가 진짜 사방신 백호지?" 백호는 여전히 검은 공간 안에 있었다. 꿈에 류호가 나타나는 횟수가 늘었다. 류호는 가끔씩 검은 공간에 서서 무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바라보곤 했다. 마치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다는 듯. 그건, 사실 시간의 흐름이라기보다는 악몽과 유사했다. 하지만 백호는 악몽과 시간의 흐름을 분간할 수 없었다. 류호가 검은 공간...
17. 에필로그 주작제가 끝나고 일주일 뒤. 많은 것이 정리되고, 사람들은 꽤 평범한 일상을 맞이하고 있었다. 청라가 말했다. "네가 청룡이 되어야 해." "잘 위로해주고 오셨습니까?" 청룡궁 동신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설오가 차에서 내리는 호찬에게 물었다. 검은 상복을 입고 있는 호찬이 슬픈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재현의 장례식이자, ...
책임지기 싫은 자리, 도망치고 싶은 상황. 사방신의 자리가 한 없이 무거워지는 순간. 모든 걸 끌어안고 결정해야하는 때가 오면, 주변 상황이 선택을 종용해. 지금의 내가 아직 어린 존재라면 모두가 나에게 선택할 시간을 주겠지. 그 선택이 성장할 방향을 정해주기에.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미 수많은 성장을 거쳐 이곳에 도달한 존재. 그렇기에 나에게 허락된 시간...
18조 1항. 사방신에게 위해를 가한 자는 사형 또는 무기 징역에 처한다. 또한 직속 신관에 한하여 제 26조의 죄가 적용된다 판단할 경우 죄를 범한 자의... 즉결 처형이 가능하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이 쏟아지던 번개가 점점 잦아들더니, 이윽고 하늘이 환하게 개었다. 마지막 남은 나무가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홍련이 활짝 웃으며 호찬이 있는 결계 위로 ...
곳곳에 번개가 떨어지고 천둥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음에도, 홍련은 여유롭게 자신의 문신에 손을 올려 화살을 하나 뽑아냈다. 그리고는 익숙하게 활시위에 걸어 가장 가까운 나무를 겨눈다. 주작의 활에서 뜨거움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훈련할 때 쓰는 활보다 더 자신을 위해 만들어 진 것만 같았다. 대충 겨누어도 무조건 원하는 곳을 명중시킬 수 ...
식물이 생명체의 영양분을 먹고 자라납니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현무제 때 같네요." 하늘을 바라보며 적루가 중얼거리자, 하율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하율은 하늘이 아니라 땅을 보고 있다. "그러게. 하지만 이번엔 위를 덮는 게 아니라, 아래를 덮고 있어. 게다가 그 땐 현무궁 뿐이었지만..." "지금은 주작시 전체를 덮...
"어떻게 살아있어...?" "살아난 거지!" 백호는 해맑게 대답하는 홍련을 멍하니 바라봤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진짜 홍련임을, 살아있는 존재임을 확신할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렇게 잠시 동안 있다가, 홍련의 뒤에 서 있는 사홍과 한랑을 발견한다. 그 둘의 모습까지 보니, 이젠 허탈한 웃음만 흘러나올 뿐이다. 말도 안 돼. 셋 다 살아 있잖아. 이건 ...
16. 최종장(最終章) 3부. 인생 처음으로 청룡제를 보러 가게 됐던 날, 호찬은 청라를 봤었다. 항상 TV 속에서나 봤던 위대한 청룡, 청라를. 인파에 뒤섞여 저 멀리에서 본 거지만, 그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장식이 가득한 화려한 구장복을 입고, 누구보다도 밝게 웃음 지은 채로, 대중들에게 손 인사를 하며, 당당한 걸음으로 행차하고 있던...
이마 위로 물방울이 똑 떨어져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호찬이 눈을 떴다. 공포 때문에 무의식중에 물방울들을 모아놨는지, 허공에 물이 가득했다. "으악!" 그 광경을 보자마자 너무 놀라버린 호찬은 결국, 제어를 잃고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물을 우수수 맞아버렸다. "으..." 저번 주작제 리허설 때를 떠올리면서 젖어버린 옷을 허망하게 바라본다. 옷을 비틀어 물을 조...
"나는 겨우 지나간 시간이나 좀 볼 수 있었고, 내 어머니의 능력도 별 것 없었지. 하지만 너는 달랐다." 너는 이라고 말하며 류호는 정확히 백호를 가리켰다. "사람의 시간, 즉, 사람이 언제 죽을지 알 수 있다는 건 미래를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걸 증명하듯 너는 가끔씩 시간의 흐름 속에서 미래의 시간을 마주하곤 하지 않았더냐." ".......
백호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류호는 기다리기로 결정 내렸는지, 다시금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 후, 한참을 이것저것 곱씹던 백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왜 지금이죠?" "응?" 술잔에 술을 따르던 류호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고 나서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말씀하셨죠." "그래. 그랬지." "그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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